전자상거래 확산과 소비자의 권리 보호 문제
전자상거래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소비자의 편의는 높아졌지만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 또한 커지고 있다. 디지털 소비 시대의 그림자를 짚는다.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지는 구매, 편리함 뒤에 숨은 불균형
전자상거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지는 주문과 빠른 배송은 오프라인 쇼핑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을 제공하며, 특히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는 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편리함 이면에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판매자에게 즉각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상품 정보와 이미지, 후기만으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더욱이 후기 역시 조작되거나 상업적 리뷰일 가능성이 존재해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기 쉽다. 반품이나 교환이 어렵거나 절차가 까다로운 경우도 많아, 소비자는 종종 부당한 조건에 순응하거나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자상거래는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었지만, 동시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영역을 만들어 소비자 보호의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환불 불가, 연락 두절… 사라지는 책임의 주체들
전자상거래에서는 구매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중소 셀러나 해외 판매자에게 물품을 구매한 경우, 환불 요청이나 불량 상품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거나 아예 무시되기도 한다. 전화번호 하나 없이 메시지 시스템만으로 운영되는 업체들도 많아, 고객 응대가 부실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매대행, 사입형 쇼핑몰, SNS 기반 마켓과 같은 비공식 판매 채널이다. 이러한 채널은 법적 책임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소비자 불만을 처리할 수 있는 공적 제도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환불 거부, 무응답, 허위 배송 등이 발생해도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소비자는 무력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 디지털화된 구매 시스템은 효율성과 속도는 높였지만,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법과 시스템의 진화, 소비자 중심의 생태계로 나아가려면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첫째, 모든 판매자는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구매자의 불만 처리와 관련한 책임자 정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기업들은 단순한 중개자 역할에 머무르지 말고, 거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현재 일부 대형 플랫폼은 자체 분쟁 조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내부 정책에 따라 제한되며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 셋째,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여 주의 환기를 유도하고, 소비자 보호센터와 연계된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온라인 민사 조정 시스템을 통해 피해 구제를 보다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권리 보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기술 발전에 발맞춘 법적 진화와 실질적인 감시 체계가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건강한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